호주 백수의 한국 여행 일지 ep. 1 (20-24일)

한국 여행 초반 일지.

Prologue. 20일 

‎ ‎ ‎ ‎ 이날은 약 1시에 픽업해 주시는 분을 만나서 공항까지 가게 되었는데 와... 멀미가 너무 심했다. 한 시간 가는 내내 계속 헛구역질 했던 것 같아. 차도 구리고, 오래되고, 운전은 어떻게 그렇게 거지같이 하시는지. ㅋㅋ... 말이 너무 심했나? 그치만 저는 죽을 뻔했다고요. 그러고 싱가폴까지 비행기 타고 고고. 가는 동안에 멀미약 덕분에 잘 자면서 갔다. 그래도 마지막 2시간은 정말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 옆에 앉은 아저씨가 자꾸 쩍벌하고 팔걸이에 팔 올려서 더 죽고 (아님 죽이고) 싶었음. 자는 척하면서 엘보 하니까 안 올리더라. ㅎㅎ 그래요. 우리 둘 다 편하게 갑시다 쫌.
‎ ‎ ‎ ‎ 싱가폴에서는 여러가지로 감정이 업앤 다운했던 기억이 있음. ^^ 바로 그거 때문이죠. 쨌든 그러다가 비행기 타고 갔고, 저녁 시간대라 멀미약 먹고 푹 잤어. 그리고 이번에는 옆에 꽤 훈훈하게 생기고 옷도 잘 입은 외국 국적의 동양인 청년이 앉았는데 이 청년은 다리도 조신하게 오무리고 잘 가더라고. 향도 은은하게 좋았음. ^^ 어꺠가 넓어서 자꾸 부딪히더라고. 근데 걍 놔뒀음. ^___^ 외모지상주의 심하다. 또 뚱뚱한 백인 아재였음 엘보 날렸을 텐데.

Chapter 1. 21일

‎ ‎ ‎ ‎ 인천 공항 도착했을 때 충격받았던 건... 외국인 줄 왜 이렇게 기냐? 내가 q-code 미리 하랬지! 근데 그거 안 하다가 엄마랑 동생 한참 뒤에 와서.... 그들을 입국 심사 하는 데 기다려 주고 싶지 않았음. 그래서 나는 먼저 가서 짐도 찾고 앉아서 기다림. 하아아안참을 기다리다가 나와서 아빠 만나고 드디어 내 롱패딩과 재회! 그리고 무슨 푸드코트를 갔는데 한국에서의 첫 식사부터 개쓰레기 식사를 하고 나왔음. 그래... 배고픈데 배만 채우면 됐지. 근처에 스벅에서 자허블 시키고 영천으로 출발~ 하려는데 주차장에서부터 충격받았음. 아빠가 주차해 놓은 곳이 뭐... 주차금지선 잔뜩 그려진 폴? 근데 더 충격적인 건 그런 차량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거. 그리고 다니는 통로에도 주르륵 다 평행주차 해 놨더라고. ㅋㅋㅋㅋㅋ 엘베 앞에도 다 이중주차 해 놓고. 이게... 무슨.... 한국 주차/운전 개같다는 건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이미 학습을 해 놨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ㅋㅋ 그리고 아빠가 주차 결제하실 동안 잠깐 가족들이랑 다 차에 앉아 있었는데 차 하나가 부우웅 하면서 가는 거야. 저기요, 지하 주차장 속도 제한은 시속 10이거든요? 근데 그 뒤로 흰색 차량이 빠앙- 하고 (지하주차장에서 경적 금지 아니냐?) 운전자인가 하는 사람이 왁왁- 소리지르는 거 들리더니 곧이어 부우웅~ 하면서 하이빔 쏘고 그 먼저 간 차 바로 뒤로 따라 붙는 거야. 뺑소니인가? 긁었나? 뭐가 됐든 한국 입국 2시간만에 벌써 한국에 질린 느낌이었음.

한국 여행 절망편

‎ ‎ ‎ ‎ 그러고는 영천을 향해 아빠 차 타고 출발. 중간에 멀미가 너무 심해서 멀미약도 먹고, 휴게소에서 소떡소떡도 먹고.... 점심 먹으러 무슨 휴게소에 들렸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고 자리 찾는 것부터 죽을 것 같았어. 와, 사람들 사이로 계속 다니고, 테이블 다 먹었는지 물어보고... 계속 그러고 앉아서 맛도 없는 우동 먹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 여행 희망편 경험하고 가고 나는... 한국 여행 현실이라고 쓰고 절망이라고 읽는 절망편. 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니들은 카페 거리 가고, 치킨 먹고, 한복 입고 경복궁 구경하고, 스키장 가고 나는 명절 귀향길 고속도로에 처박히기, 휴게소에서 개쓰레기 라면 치열하게 먹기 등등. 하.... 사실 우리 다 영천 가기 싫었음. 그 시골에 뭐하러 일찍 가냐고. 그래서 가는 길에 안동에 들려서 하회마을 잠깐 보고, 안동까지 갔으니까 찜닭이랑 간고등어 먹고 (난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엄마는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고 나는 구운 생선을 싫어함...) 올리브영에 들려서 화장품 좀 샀다. 왜냐면 나 정말 뭐 안 가지고 왔거든. 가서 당근패드, 클렌징 오일, 닥터자르트 세라마이딘... 칫솔까지 구매하고 문명과 동떨어진 시골 산골짜기로 입소.
도착하니 뜨겁게 데워진 온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은 지난 3년 간 리모델링을 여러 번 했는지 장판도, 벽지도, 화장실도 나름 따뜻하더라고? 그리고 옆에 게스트룸들도 비교적 깔끔하고 나랑 사촌 동생이랑 둘이서 동사할 뻔했던 그 추억(죽음)의 방도 보일러를 다시 했더라고. 휴~ 다행.

Chapter 2. 22일

K-설날

‎ ‎ ‎ ‎ 사촌 동생(남)이 아침 먹고 출발한다길래 그래 했음. 아침 7시부터 아빠가 이 늦잠뱅이들 게으른 녀석들 얼른 일어나라 이래서 싫다고 버텼더니 나랑 동생 빼고 아침도 다 먹었더라고. 우리는 18시간 비행하고 바로 12시간 동안 캐리어 1637819개와 함께 차에 처박혀서 시골 내려왔는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누워 있었다고 게으름피우는 게으름뱅이 됨. 쨌든 고모네와 함께 사촌 동생이 먼저 왔고 K-명절 잔소리를 간접 체험했음. 나는 0.5절만 하고 넘어갔거든? 할머니가 ㅅㅇ이는 이제 다 크고, 예쁘고 하니 결혼해야지~ 이러셔서 할무니 ㅠ 남친도 없어요 ㅠ 이러자마자 고모네가 온 거야. 기가 막힌 타이밍이지. 그러고 바로 잔소리 사촌 동생한테 토스. 이번에 뭐 인턴 한다니까 곧 졸업하제?로 시작해서 한껏 꾸미고 다닌다, 잘생겼네, 꾸미고 다니는 거 보면 여자 친구 생겼나? 이러다 큰아버지께서 먼저 졸업하면 전기 기사 한다고? 호주에서는 전기 기사 연봉이 2억이야~ 호주 가야겠네, 호주 가서 괜찮은 여자 하나 찾아서 결혼해서 거기 살아라 / 아들아, 아버지는 반대한다. 한국에 내랑 있어라~ / 아니, 호주에서 연봉 2~3억을 받는다는데 왜 애 앞길을 막노 / 아니 한국에서 대기업 공기업 다니면서 안정적이게 사는 게 최고다... 이러시는데 듣고 있는 사촌은 🙂 표정으로 허허... 하하... 네... 이러고 있고. 쯧, 불쌍하네... 한국인 파이팅! 우리는 호주 살아서 잔소리도 안 들음. 히히. 그리고 차례 세팅 다 되어서 이제 지내려고 할 때 사촌 오빠 와서 사촌 오빠 명절 잔소리는 그냥 넘어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촌 동생 파이팅.
‎ ‎ ‎ ‎ 차례 지내고 그 막걸리 좋은 술이라고 먹어야 한다고 이래서 거절해도 계속 강요해서 나랑 동생이랑 결국 술 마시고... 나는 술 마시면 직빵으로 편두통 + 두통으로 하루 종일 아픈데 역시 K-술 (강요) 문화 잘 경험했고요? 사촌 오빠랑 동생이랑 내 동생이랑 같이 시내로 튀었음. 169-70인 내가 절대 키 작아 본 적이 없는데 정말 가장 키 작은 사람인 경험 처음 해 봤다. 내가 키 작다고 놀림도 당해 보고... 이게 뭔 일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카페부터 갔는데... 와 진짜 맛없어. 최악의 음료를 마시고 나는 술+멀미 때문에 두통이 너무 심해서 근처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샀음. 이유: 그거밖에 없음.
‎ ‎ ‎ ‎ 그리고 노래방 갔는데 와... K-낙서 클라스. 모든 방 벽지에 아주 자세하게 남성 여성 생식기 그려져 있음. 와, 정말 자세하고 사실적이라 무슨 교재인 줄. ;; 걍 음~ 한국인 낙서 클라스 개더럽네... 라는 생각 했지만 노래는 불러야겠으니 들어갔음. 그래서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는데 사촌 오빠 노래 좀 늘었더라고? 3년 전에 갔을 때는 정말 고막 파내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들어줄 만했음. 사촌 동생도 나름 나쁘지 않더라고. 얘가 최근에 이별했는데 그래서 이별 노래 부를 때마다 다 개웃었음. 한 번 웃고 야야, 그만 놀리자, 애 울겠다... 울겠...다? 푸흨흨흨 이런 분위기. 그리고 드디어 내 동생이 나 노래 잘한다는 걸 인정했음. 그래, 내가 니한테 못한다는 소리 들을 실력이 아닌데 개어이없었다고.
‎ ‎ ‎ ‎ 그 이후에는 피시방 갔음. 아니, 한국인 4명이 만났는데 어떻게 같이 하는 게임이 하나도 없냐고요. 동생이랑 사촌 동생은 롤 하지만 나랑 동생은 한국 롤 계정 없음. 그거 만들려면 본인 인증해야 함. 개같은 한국. 그래서 오버워치 하자 했는데 사촌 동생은 오버워치 계정 까먹어서 계속 그거 찾아야 함. 롤 하려고 하니까 사촌 오빠가 계정 찾아야 함. 뭔.... 배그 하자고 했는데 사촌 동생 스팀 계정 까먹음, 나랑 동생은 카배 못함. 이런 씨.... 결국 옵치 계정을 제일 먼저 찾았고 옵치 빠대 좀 하다가 사촌 동생이 친구한테 롤 계정 빌리고 나랑 동생이 사촌 동생 계정이랑 부계정 쓰고 사촌 오빠도 빠대 돌리는 동안 롤 계정 찾아서 롤 두 판 정도 했음. 와... 게임하기 힘들다.
‎ ‎ ‎ ‎ 그러고는 저녁 먹으러 청년다방 갔음. 거기서 처음 실감했다. 와, 한국 음식 개비싸고 양 적다! ㅋㅋㅋㅋㅋㅋ 그거 먹고 파스쿠찌? 가서 또 음료 마시고 9시 막차 타고 귀가. 그리고 그 추억의 방에서 동생이 가지고 온 마작 치고 취침. 밤새 사촌 동생이랑 수다. 셋이서 수다 엄청 떠는데 사촌 오빠는 다음 날 아침에 가야 한다고 얼른 자라 하는데... 솔직히 성격 엄청 좋다고 느꼈다. 나였으면 닥치라고 새끼들아 제발 잠 좀 자자! 했을 텐데 지긋하게 얘들아~ 자자. 이렇게 말함.

Chapter 3. 23일

‎ ‎ ‎ 그리고는 숙소 갔는데 거기가 바로 지상 낙원! 영천에서 꾸겨 자다가 편안한 퀸 사이즈 침대에서 깨끗한 이불 덮고 누워서 넷플릭스 보고 있으니 거기보다 좋은 곳 없겠더라.... 그리고 간만에 샴푸와 린스로 머리 감고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하고. ㅠㅠ 사실 영천에서는 샤워가 문제가 아니라... 걍 거기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 어떤 것도. ㅠㅠ 그래서 나랑 동생이랑 둘 다... 와, 샤워가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몰랐다, 인생 최고의 샤워였다.... 이러고. ㅋㅋㅋㅋㅋ

‎ ‎ ‎ 그리고는 숙소 갔는데 거기가 바로 지상 낙원! 영천에서 꾸겨 자다가 편안한 퀸 사이즈 침대에서 깨끗한 이불 덮고 누워서 넷플릭스 보고 있으니 거기보다 좋은 곳 없겠더라.... 그리고 간만에 샴푸와 린스로 머리 감고 뜨거운 물로 샤워도 하고. ㅠㅠ 사실 영천에서는 샤워가 문제가 아니라... 걍 거기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 어떤 것도. ㅠㅠ 그래서 나랑 동생이랑 둘 다... 와, 샤워가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몰랐다, 인생 최고의 샤워였다.... 이러고. ㅋㅋㅋㅋㅋ

Chapter 4. 24일

‎ ‎ ‎ 경주에서 짐 싸고 다시 짐 꾸겨 넣고 불국사부터 갔다. 근데 이날이 영하 15도였고, 나는 호주에서 샀던 부츠컷 입고 있었어서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아빠가 그 바지 접어서 양말에 넣으라고 하셔서 그랬더니 괜찮더라고. ㅋㅋㅋㅋㅋ 아~ 역시 연륜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 보고 내려와서는 최제우 생가에 갔다. 무슨 직계 할아버지고 어쩌구 해서 봐야 한다~ 하셔서.... 근데 월요일 휴무더라고? ㅋㅋㅋ 진짜 겉에만 쓱 보고 왔음. 밥 먹어야 해서 그 앞에 있는 황토 우렁이 쌈밥?을 먹으러 갔는데 진짜 맛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맛있는 식사를 못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거의 못했는데 여기서는 진짜 꽤 만족스러웠다. 나는 야채와 같은 쌈/밥을 싫어하는데에도 맛있게 먹었는데, 엄마나 동생은 얼마나 맛있었을까 싶더라. 그러고는 서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동생이 대전에서 마작 친다고 내려 달라고 해서 내려 줬고, 나는 수영복 사야 해서 대전 갤러리아에 들려서 수영복도 사고 올리브영에서 바디크림도 싰다. 엄마랑 아빠는 뭐 좀 드시고. 나는 이 며칠 사이에 살빠지고 양도 많이 줄어서 전혀 안 먹고 싶더라고.... 올라가는 길에는 눈도 좀 왔었다. 전체적으로 진짜... 너무 피곤해서 다시 호주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