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품은 타이머(열품타)가 바꿔 준 코로나 시국의 나

원래는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저번 학기에는 공부 때문에 번아웃이 와서 거의 6주간 공부를 하나도 안 한 적도 있었고.

중학교 3학년 때부터 7년간 매일 집이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때문에 공부의 의지를 찾기도 어려웠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컴퓨터 앞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던 나는 의지도 없었고, 외로웠고, 우울했다.

계속 써 오던 Study Bunny라는 앱이 있었는데, 이것도 공부를 하면 코인이 쌓이고, 코인으로 귀여운 토끼에게 옷도 사 주고, 효과도 사고 하는 등 코인을 모으기 위해 공부하는 방식이 자극이 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부할 의지가 있을 때였다.

1. 10분 플래너

이번 학기에 열품타라는 타이머 앱을 알게 되어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색다른 거다. 처음에는 10분씩 나눠진 칸을 채워 준다는 게 신기했다. 나 때는 저걸 형광펜으로 직접 그리고 색칠했었는데, 이제는 저게 자동으로 된다니. 세월이 많이 바뀌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타이머들과 다르게 그저 숫자가 아닌 직관적으로 나의 공부량을 볼 수 있었고, 채워지는 네모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껴 의지를 상실한 밤에 나를 한 번 더 책상 앞에 앉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 되었다.

2. 최대 공부 시간

'뭐? 7시간을 공부했다고?? 그걸 어떻게 해.'

가능했다. 처음에는 보다시피 4시간도 겨우 공부했었다. 4시간이면 충분히 많은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열품타는 좀 달랐다. 많은 유저들의 공부 시간을 평균으로 내 0~4, 4~7, 7~10, 10+으로 나눈 거 아닌가. 7시간 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싶었다. 왠지 나도 내 달력을 더 짙은 색으로 채우고 싶어졌다. 나도 4시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3. 스터디 그룹

처음에는 스터디 그룹이 뭔지 잘 몰랐었다. 이게 뭐지? 어떻게 가입하는 거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막상 가입하고 보니 진짜 열품타의 최고의 기능이 아닌가 싶었다.

같은 그룹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자리를 비운 지 한 시간이 넘었는지, 얼마나 공부를 하고 있는지, 오늘 몇 시간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코로나 시대의 최고의 버추얼 (Virtual) 도서관이었다.

나의 공부 시간과 비교해 순위도 보여 준다. 내 공부 시간이 내 앞의 사람을 넘으면 내 이름이 더 위로 올라간다.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거나,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 실시간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나와 같이 줌으로 공부해 달라고 조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꾸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제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생이 아니다. 같이 공부할 사람이 없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집중력이 떨어지다가도 주위에 바쁘게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의지를 불태웠는데 락다운으로 집에만 있게 되니까 세상에 나 혼자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치만 스터디 그룹을 통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자극이 된다.

스터디 그룹은 여러 개를 가입할 수 있다. 본인의 공부 목적, 나이대, 관심사를 통해 여러 개를 가입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보통 수능 준비생, 고시 공부, 특정 자격증 시험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이 많은 것 같다.

4. 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기능
a. 투두도 적을 수 있다. 특정 과목 아래에 오늘 할 일, 끝내야 할 일들을 적어 체크할 수도 있다. 진짜 종이로 플래너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b. 허용 앱을 따로 설정할 수 있다.

c. 공부할 때 직관적인 타이머를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분짜리 기출 시험지를 푼다면 추가적으로 화면에 뜨게 타이머를 설정할 수 있다.

d. 앱 내에서 백색소음을 틀 수 있다.

여러가지 더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서 마무리.